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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안이 천재잖아요? 아빠 손준호의 대답

“주안이 천재잖아.” 주변 사람들이 인사말이나 칭찬으로 해주는 말이다. 이럴 때 내 대답은 늘 어정쩡했다.

On April 1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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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안이 천재잖아요.” 주변 사람들이 인사말이나 칭찬으로 많이 해주는 말이다. 사실 내가 자라온 시대에는 겸손이 미덕이기에 나의 대답은 늘 “아유, 아니에요”였다. 솔직히 그것 말고 내가 해야 할 적당한 대답을 찾지 못했다. 이에 대해 주변 선배들에게 물어보니 “감사합니다” 하고 웃으며 칭찬을 받는 게 가장 좋은 답이라고 조언해준다.

어느 날 문득 물끄러미 아들을 바라봤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하고, 친구들과 놀기 좋아하고 자기감정에 충실한, 여느 또래 아이들과 같이 건강하게 자라는 어린아이가 앉아 있다. 이런 아이를 내가 왜 부정하고 있었을까? 앞으로 누군가가 주안이 칭찬을 해주면 솔직하게 내가 느끼는 대로 대답하기로 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푹 빠져 열심히 해요. 도전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요. 그게 참 기특합니다.” 실제로 이렇게 대답해보니 상대방에게 민망함도 아들에게 미안함도 생기지 않았다.

최근에 처음으로 주안이와 걸 그룹 이야기를 했다. 주안이는 릴스를 보다가 우연히 그 걸 그룹의 매력에 빠져 좋아하게 됐다고 ‘입덕’ 경로를 구체적으로 알려줬다. 사실 애타게 기다려왔던 아들과의 대화 주제여서 재빠르게 그 아이돌 그룹에 대해 검색해봤는데, 지난해 말에 해체됐다는 기사부터 눈에 보였다. 그 소식을 전하니 주안이는 아주 여유롭게 “해체해도 괜찮아. 각자 개인 활동도 하는 것 같아” 하며 가끔 올라오는 쇼츠를 보면 귀여워서 좋다는 말을 덧붙였다.

재빨리 질문을 이어갔다. “주안아, 그럼 너는 윈터가 좋아? 카리나가 좋아? 아니면 장카설유(장원영, 카리나, 설윤, 유나를 지칭하는 말)?” 힘겹게 대답을 이어가던 주안이는 “아빠, 왜 이상한 질문만 하는 거야? 내가 릴스를 보여주면서 좋아하는 아이돌이 누군지도 알려줬는데 다른 사람들 이야기만 하고 있어” 하는 게 아닌가. 아차 싶어 자꾸 앞서가는 내 욕심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요즘 내가 조심하는 행동이 하나 더 생겼다. 저녁에 아들 방으로 들어가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주안이에게 던지는 첫마디가 그날의 분위기를 좌우한다. 일단 방의 공기와 분위기를 잘 살펴 공부를 하는지 아니면 친구들과 게임을 하는지 판단하고, 잠자리에 빨리 들어야 한다고 넌지시 이야기를 꺼낸다. 공부를 하고 있는데 눈치 없이 게임 그만하고 자라고 이야기하는 날엔 격려는 못 해줄망정 잔소리만 한다고 세상 서러워한다.

사실 나는 늘 잠이 부족한 듯 보이는 주안이를 1분 1초라도 더 재우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래서 늘 “빨리 자라”는 말을 많이 한다. 요즘엔 아침 등굣길에 잠깐, 잠들기 전에 잠깐, 이렇게 아들과 만나 이야기하는 시간이 무척 짧아졌다. 그럼에도 서로 볼을 비비고 손을 잡고 사랑한다고 고백하며, 밥을 먹을 때는 가장 맛있는 반찬을 서로에게 챙겨주고, 웃긴 일이 있을 때 이야기해주며 같이 일상을 공유하는 시간이 참 소중하다.

글쓴이 손준호

1983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한 뮤지컬 배우다. <팬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오페라의 유령> 등 다수의 뮤지컬에 출연했다. 2011년 8살 연상의 뮤지컬 배우 김소현과 결혼해 2012년 아들 손주안 군을 얻었다. 뭘 해도 귀여운 아들의 행복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빠다.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손준호
사진
손준호 제공
2025년 04월호
2025년 04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손준호
사진
손준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