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에서 한 시간 남짓 떨어진 코사무이에 도착했다. 막연히 상상했던 휴양지의 한적하고 평화로운 풍경과는 달리, 공항은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인파로 북적였다. 최근 관광객에게 코사무이의 인기가 높아진 건 HBO 시리즈 <더 화이트 로투스> 시즌 3 덕이 크다. 블랙핑크 리사의 배우 데뷔작으로도 알려진 이 작품이 코사무이에 위치한 아난타라 리조트 세 곳을 배경으로 삼고 있기 때문. 그래서 그 이야기가 시작된 곳을 이번 여행의 목적지로 삼았다.
아난타라 라와나 코사무이 리조트
리조트에 도착하자마자 사랑스러운 미소를 머금은 스태프들의 환대에 비행으로 쌓인 피로가 눈 녹듯 사라졌다. 입구에 놓인 징을 울리며 방문객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식을 치른 뒤, 전통 화교 주택에서 영감받은 객실로 들어갔다. 총 122개의 룸으로 구성된 이곳은 코사무이섬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한 다양한 테마를 품고 있다. 이번에 머문 곳 역시 마찬가지. 침대 위 벽면을 가득 수놓은 새 그림은, 숙소 주변에서 하루종일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을 시각적으로 옮겨온 듯했다. 이후엔 <더 화이트 로투스> 시즌 3의 주요 촬영지로 꼽히는 ‘싱잉 버드 라운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리즈 출연진의 이름을 딴 시그너처 칵테일은 보는 재미와 마시는 즐거움을 동시에 안겨줬다. 120년 된 나무 꼭대기에 자리한 ‘트리 톱스 시그너처 다이닝’에서의 저녁도 빼놓을 수 없는 기억이다. 정성스럽게 차린 코스 요리와 와인 페어링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미각의 향연이 펼쳐졌다. 아침이 오면 프라이빗 비치에 나가 카약을 탔다. 자극적인 도파민에 익숙했던 도시에서의 일상을 뒤로하고, 잔잔한 물살 위에서 호젓하게 유영하는 시간은 더없이 소중했다.
아난타라 보풋 코사무이 리조트
두 번째로 방문한 숙소는 라와나에서 차로 약 20분 거리에 위치한 아난타라 보풋 코사무이 리조트. 럭셔리 리조트 디자인의 거장인 빌 벤슬리의 손길이 닿은 곳으로, 태국 남부 전통 양식이 자연, 인간, 동물의 형상을 한 조형물과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기운을 자아낸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앞서 방문한 라와나 리조트와는 사뭇 달랐다. 피서지 특유의 고요함보다는 활기차고 젊은 에너지가 가득했다고 할까. 수영장과 연결된 ‘길티 라운지 바’에서는 강렬한 비트의 음악이 연신 흘러나왔고, 리듬에 몸을 맡긴 투숙객은 마치 온몸으로 자유를 만끽하는 듯했다.
여행의 중반이 지나가던 저녁. 나른해진 몸을 이끌고 압도적인 규모의 스파 공간으로 발길을 옮겼다. 전통과 현대의 기법을 결합한 마사지는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기에 충분했다. 휴식을 마친 뒤에는 바다 앞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디자이너 다이닝을 즐겼다. 잔잔하게 들려오는 파도 소리를 배경 삼아 보풋에서의 저녁이 저물어갔다.
아난타라 라사난다 코팡안 빌라
바다를 가르는 스피드보트를 타고, 이번 여행의 종착지인 아난타라 라사난다 코팡안 빌라에 닿았다. 드넓은 모래사장을 따라 늘어선 빌라의 모습에 단번에 코팡안이라는 섬에 매료됐다. 밝게 맞이하는 직원의 안내를 따라 2일간 머물 ‘오션 가든 풀 스위트’ 객실로 향했다. 대나무로 만들어진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시야 가득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졌다. 두 눈을 사로잡은 절경에 이끌려, 무심결에 카메라부터 꺼냈다. 단지 눈으로만 담기엔 아쉬울 만큼 황홀한 장면이었으니까. 볕이 좋을 때면 어김없이 나가 수영을 하고, 마틴 파의 사진 속 주인공처럼 빨간 선베드에 기대어 맥주 한 잔의 여유를 즐겼다. 이후엔 코팡안의 어촌 마을을 연상시키는 객실에 누워 지나간 시간을 곱씹으며 미소 지었다.
그렇게 낙원에서의 여정이 천천히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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