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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안이는 계속해서 자란다

하굣길에 버스에서 내리는 주안이의 키가 훌쩍 크고 홀쭉해진 모습이 새삼 눈에 들어왔다.

On April 3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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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 하교하는 주안이를 보러 갔다. “저기 주안이 온다!” 버스에서 내려 걸어오는 주안이를 보는데 아내도 나와 같은 느낌이 들었나 보다. “주안아! 새삼스레 정말 많이 크고 홀쭉해졌구나.” 매일 가까이에서 보고 있어 잘 못 느꼈는데 멀리서 걸어오는 걸 보니 주안이의 성장하는 모습이 확 느껴진다는 것이다. 나와 아내는 호들갑을 떨며 주안이에게 이야기를 쏟아냈다. 키가 크는 것과 몸이 좋아지는 것에 관심이 생긴 주안이가 당연히 좋아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쿨한 반응이다.

그 이유를 들어보니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키와 몸이 아니라는 것이다. 주안이를 보며 아내와 나는 서로 눈만 끔뻑끔뻑하면서 눈빛을 주고받았다. ‘이게 사춘기인가?’

어느덧 주안이의 식사 시간과 메뉴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아내가 음식을 준비한 뒤 먹으라고 하면 주안이는 배가 많이 부르거나 아픈 날이 아니면 대부분 먹는다고 했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운동을 하거나 입맛이 없다거나, 운동 전에는 나중에 먹는다거나 내일 아침으로 미루기도 한다. 엄마, 아빠가 하자는 대로 따라왔던 ‘어린이’에서 자기 주도적 삶을 사는 ‘청소년’이 된 것이다.

요즘 날씨가 많이 풀려 고속터미널 앞을 주안이와 함께 걷고 있다. 어느 날, 한쪽에 비둘기 떼가 굉장히 많이 모여 있었다. 그러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푸드덕거리며 일제히 날아갔는데, 딱 한 마리만 날아가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주안이는 그 비둘기를 보면서 친구들은 다 날아갔는데 혼자만 남아 너무 외로워 보인다며 “심심할 것 같은데 왜 혼자 있는 걸까?”, “친구들이 다시 와서 같이 갔으면 좋겠어”라면서 한동안 그 비둘기에게 마음을 썼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주안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릴 때는 엄마, 아빠와 함께 있는 게 행복하고 재미있었는데 어느덧 친구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고 노는 게 재미있고, 방금까지 같이 있다가 헤어져도 금세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웃는 게 제일 재미있는 시기가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주안이는 엄마, 아빠 공연을 보러 오면 분장실에서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공연 시간이 되면 매니저 삼촌들과 같이 객석에서 공연을 봤다. 이번 <명성황후> 공연은 주안이가 친구들과 함께 보러 왔는데, 잠깐 분장실에 있는가 싶더니 친구들이 왔다고 하면 약속 장소로 나갔다. 시크하게 손을 한 번 흔들어주면서 말이다. ‘안전하게 잘 있을까?’ 하는 걱정에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그 즐거운 시간을 틈내어 답장을 보내주는 것만으로도 대견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공연장 복도에 마련된 배우들의 사진 앞에서 기념 컷을 찍어 보내주는 아들이 귀엽고 사랑스럽기도 했다. 주안이가 속도에 맞게,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 것 같아 고맙고 기쁘다.

글쓴이 손준호

1983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한 뮤지컬 배우다. <팬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오페라의 유령> 등 다수의 뮤지컬에 출연했다. 2011년 8살 연상의 뮤지컬 배우 김소현과 결혼해 2012년 아들 손주안 군을 얻었다. 뭘 해도 귀여운 아들의 행복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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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손준호
사진
손준호 제공
2025년 05월호
2025년 05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손준호
사진
손준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