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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에 빠진 연예계

스타와 술, 민감할 수밖에 없는 조합의 콘텐츠 ‘술방’ 이야기다.

On April 2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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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스타들의 ‘민낯’을 보기에 이것보다 더 좋은 콘텐츠가 있을까? SNS 속 팬들을 위한 라이브 방송부터 정식 프로그램으로까지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한 잔’만 기울여도 카메라에 가려졌던 스타들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팬들에게 각광받고 있지만, 보고 싶지 않은 모습마저 볼 수 있다는 점은 팬들을 늘 가슴 졸이게 만들기도 한다. 스타와 술, 민감할 수밖에 없는 조합의 콘텐츠 ‘술방(술 마시는 방송)’ 이야기다.

“스타들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팬들에게 각광받고 있지만,
팬들을 늘 가슴 졸이게 만들기도 한다.
스타와 술, 민감할 수밖에 없는 조합의 콘텐츠 ‘술방’ 이야기다”

흑역사로 남은 전현무의 첫 SNS 라이브 방송

지난 4월 5일 방송인 전현무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라이브 방송을 켰다. 그가 SNS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당연히 전현무가 혼자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던 팔로어들은 갑자기 그의 옆에서 등장한 가수 보아를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보아가 전현무의 집에 놀러 와 함께 술을 마셨고, 전현무에게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해보라”고 조언하면서 이뤄진 ‘깜짝 이벤트’였던 것이다. 화면에 등장한 두 사람은 이미 꽤나 술에 취한 듯 보였다.

SM엔터테인먼트와 그 계열사로 소속사 간 연결 고리가 있다곤 하지만 다소 신기하고 낯선 조합에 팬들의 질문 댓글이 쏟아졌다. 주로 전현무가 출연 중인 방송과 관련한 질문이 이어지던 중 한 네티즌이 “인터넷에 박나래와 사귄다는 말이 있는데 진짜 사귀나요?”라고 묻자 전현무 대신 보아가 “안 사귈 것 같아. 사귈 수가 없어”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이 직후 전현무가 “왜요? 박나래가 아까워?”라고 받아치자 “아니, 오빠가 아까워”라고 답하면서 방송 분위기가 얼어붙기 시작했다.

팔로어들만 보고 있던 사적인 방송이라고 해도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을 불쾌한 방식으로 언급했다는 이유로 방송 직후부터 논란이 거셌다. 특히 방송에서 보아가 술에 취한 채 전현무에게 몸을 기대는 등 스킨십을 하거나 혀가 꼬인 것처럼 말하는 모습도 함께 지적되면서 두 사람의 열애 의혹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지난 4월 7일, 보아는 팬 소통 플랫폼 위버스를 통해 “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 언급하고 실례가 되는 발언을 한 점에 대해 박나래 님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고, 너그러이 이해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전현무 역시 4월 9일 새벽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장문의 사과 글을 올리고 “상대가 없는 상황에서 상대를 방송으로 언급한 점, 또 그전에 취중 상태에서 경솔하게 라이브를 진행한 점 모두 분명히 잘못된 행동이었다”고 재차 고개를 숙였다.

이번 논란으로 연예인들이 술을 마신 채 방송하는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공식 콘텐츠의 경우엔 음주를 조장할 수 있다는 점이, 비공식 사적 콘텐츠의 경우엔 회사의 제재 없이 ‘고삐 풀린’ 돌발 행동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각각의 비판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연예인들의 이런 ‘술방’이 본격적으로 콘텐츠화하기 시작한 시점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 파악되고 있다. 거리 두기와 ‘집콕’ 등 코로나19 예방 범국민적 캠페인이 지속되면서 방송 촬영 환경이 제한되자 연예인들이 1인 콘텐츠로 시선을 돌렸고, 다른 콘텐츠에 비해 비교적 게스트 섭외가 수월한 토크쇼 위주로 제작하게 됐던 것이다. 여기에 ‘알코올의 힘’을 빌려 일반 정식 방송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연예인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술방은 팬들은 물론, 대중의 호기심을 충족시켰다. 신동엽의 <짠한형 신동엽>, 가수 이영지의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차쥐뿔), 가수 조현아의 <조현아의 목요일 밤>, 가수 성시경의 <성시경>, 방송인 겸 웹툰 작가 기안84의 <인생84> 등 유튜브 채널의 술방이 연이어 성공을 거두면서 연예인의 비공식 콘텐츠에 술이 등장하는 것은 이전에 비해 쉬운 일이 됐다.  

음주 라방, 회사로선 재앙급 논란 여지

술방의 제작 허들이 낮아지면서 지상파 방송에서도 음주 장면이 여과 없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선 패널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술을 마시는 장면을 넣거나 아예 ‘술 파티’를 하나의 콘텐츠처럼 방송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주의’를 받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청소년의 접근이 금지된 흡연의 경우 방송에서 철저히 모자이크 등 조치를 취하는데 유독 음주만 수용, 미화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된 것이다.

실제로 현행 국민건강증진법에도 방송에서 직간접적 음주 권장 및 유도 행위는 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는 지상파방송뿐 아니라 연예인들의 유튜브, SNS 채널 내 방송과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 제작 콘텐츠 등에도 해당되지만, 문제는 후자의 경우 일반 방송처럼 명확하게 음주 관련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영상 송출 플랫폼 자체가 해외에 있는 데다 이 같은 플랫폼 내의 방송을 지상파방송과 동일한 ‘방송 영상 콘텐츠’로 판단해야 하는지도 아직 이견이 있기 때문이다. 2023년 말 정부가 ‘미디어 음주 장면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면서 “음주 행위가 과도하게 등장하는 콘텐츠의 어린이나 청소년의 시청을 제한하고 화면에 경고 문구를 띄워야 한다”는 내용이 추가됐어도 권고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를 지키지 않는 콘텐츠로 인한 논란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방송가에서도 다소 느슨한 제한하에 제작되는 술방 콘텐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해당 콘텐츠를 제작할 수밖에 없는 부분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 방송가 관계자는 “연예인의 유튜브 채널 등 개별 콘텐츠 제작 창구도 지금 엄청난 레드 오션이기 때문에 웬만한 토크쇼나 브이로그식 방송은 팬들에게 인기가 별로 없다. 그런데 연예인이 술을 마시고 비연예인이나 다를 바 없는 친구처럼 진솔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팬들도 좋아하고 대중도 관심을 갖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술에 대한 허들이 낮아지면서 연예인들의 ‘사생활’ 자체에 술방이 포함되는 것 자체는 연예계 역시 경계하는 분위기다. 이미 각양각색의 방송 콘텐츠에서 다양한 연예인이 술 마시는 모습을 한 번쯤 보여줬으니,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에게도 비슷한 모습을 보길 원하는 팬들이 늘어나면서다. 팬들이 보기엔 술에 취한 연예인의 모습이 마냥 귀여워 보일 수 있어도 일반 대중이 보기엔 고까울 수 있다는 것을 연예 기획사가 모를 리 없다. 한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보통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은 회사의 모니터링 아래 철저히 이뤄지지만, 아예 회사 직원들조차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가 시끄러워진 뒤에야 알게 될 정도로 갑자기 이뤄질 때도 있다”며 “거기다 술까지 마신 상태라면 거기서 나오는 한마디가 회사로서는 재앙급의 논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아예 ‘절대 술 마시지 말 것’을 평소에도 교육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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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취재
김태원(일요신문 기자)
사진
온라인 갈무리, 게티이미지뱅크
2025년 05월호
2025년 05월호
취재
김태원(일요신문 기자)
사진
온라인 갈무리,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