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필요한 보충제, 비타민 B12
봄이 되면 수시로 졸리고 피곤한 춘곤증이 생긴다. 과거에는 주로 영양 결핍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이었지만 음식이 넘쳐나는 요즘에는 봄이라고 해서 특별히 영양 부족을 걱정할 일은 없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비타민 B12와 같은 미량영양소가 모자라 더 쉬이 피로를 느낄 수 있다.
비타민 B12는 에너지대사, 건강한 적혈구 형성, 신경세포의 건강 유지 등 여러 중요한 생물학적 기능을 하는 필수 비타민이다. 철분 결핍으로 인한 빈혈도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지만, 비타민 B12가 모자라도 적혈구가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거대적혈구성 빈혈로 이어질 수 있다. 비타민 B12가 부족하면 쉽게 피로하고 짜증이 난다. 기억력, 집중력 저하와 같은 인지 기능 변화를 경험하거나 우울감, 불안이 증폭되며 심하게는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비타민 B12를 보충제로 먹는다고 해서 빈혈이 아닌 일반적 피로가 나아진다고 볼 만한 근거는 부족하다. 근육통, 관절염에 비타민 B12가 효과적이라고 볼 근거도 많지 않다.
비건 또는 베지테리언 식단을 따르는 사람이라면 피로가 계속될 때 비타민 B12가 부족한 것은 아닌지 의심해보는 게 좋다. 소규모로 진행된 미국의 한 연구에 의하면 비건의 40%가 비타민 B12 결핍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타민 B12는 육류, 생선, 달걀, 유제품과 같은 동물성 식품에 주로 들어 있기 때문에 채식 위주로 먹으면 부족하기 쉽다. 특히 조개나 소간에 많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이런 식품을 많이 먹어도 비타민 B12의 흡수가 잘 안 될 수도 있다. 비타민 B12는 분자의 크기 자체도 거대하고 단백질과 결합한 상태여서 인체로 소화 흡수되는 과정이 복잡하다. 나이 들면서 위산 분비가 줄어들면 음식 속 비타민 B12를 소화 흡수하기 어렵다. 50세 이후부터는 비타민 B12 강화식품이나 보충제를 통한 섭취를 권장하는 이유다.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약(프로톤 펌프 억제제)이나 메트포르민이라는 당뇨약을 장기 복용 중인 경우 비타민 B12의 흡수를 저해하므로 따로 보충할 필요가 있다. 비타민 B12 결핍이 확실한 것으로 진단받으면 병원에서 보충제 주사를 맞을 수도 있지만 대체로 알약을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 밖에 활력을 위해 필요한 영양소
비타민 B12 외에 결핍되거나 부족하면 피로를 유발하는 영양소에는 비타민 D, 마그네슘, 코엔자임 Q10(CoQ10)이 있다. 비타민 D는 에너지 수준과 근육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햇빛 노출이 부족한 겨울철에 감소하기 쉽다. 비타민 D 혈중농도는 겨울에 가장 낮아졌다가 봄부터 올라가지만, 야외 활동이 적은 사람이라면 보충제를 고려해볼 수 있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햇빛 노출로 비타민 D 수치를 끌어올리는 게 더 좋다. 햇빛 노출은 정신 건강에도 유익하기 때문이다. 2004년 미국의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야외 활동을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기분과 인지능력이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코엔자임 Q10은 세포의 에너지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로, 특히 나이가 들수록 체내 생산량이 감소한다. 마그네슘 또한 에너지대사와 근육 기능에 필수적인 미네랄로, 결핍 시 피로와 근육 약화를 유발할 수 있다. 가벼운 피로가 성가시다면 이들 영양소를 보충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정재훈 약사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출신의 약사이며 푸드라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인터넷 방송 팟캐스트 <매불쇼>와 여러 TV·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약, 음식, 건강에 대한 과학적 지식 전파에 앞장서왔다. 신문·잡지 칼럼을 통해 약과 음식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하고 있다.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소식의 과학> <음식에 그런 정답은 없다> 등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