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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명 222

영화 <파이트 클럽>의 두 배우가 찼던 그 시계. 바쉐론 콘스탄틴 히스토릭 222는 무엇이 특별할까?

UpdatedOn March 30, 2025

바쉐론 콘스탄틴 히스토릭 222

  • 레퍼런스 4200H/222A-B934
    케이스 지름 37mm
    무게 121g
    두께 7.95mm
    케이스 소재 스테인리스 스틸
    방수 50m

  • 브레이슬릿 스테인리스 스틸
    무브먼트 2455/2
    기능 시·분·날짜 표시
    파워 리저브 40시간
    구동 방식 오토매틱
    가격 4750만원


바쉐론 콘스탄틴을 볼 때마다 생각한다. 이 시계는 어떤 사람들이 살까? 바쉐론 콘스탄틴은 묘한 브랜드다. 이른바 ‘홀리 트리니티’ ‘세계 3대 시계 브랜드’로 불리며 명성을 인정받지만, 같은 범주로 묶이는 오데마 피게, 파텍 필립과는 사뭇 이미지가 다르다. 아카데미 시상식과 슈퍼볼에 참석한 슈퍼스타들은 놀이공원 입장권 팔찌처럼 오데마 피게와 파텍 필립을 찬다. 그에 비하면 바쉐론 콘스탄틴은 찾아보기 힘들다. 홀리 트리니티가 국내에서도 익숙해졌고, 유명인은 너나 할것 없이 로얄 오크와 노틸러스를 사 모으지만 여전히 오버시즈를 찬 사람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2년 전, 한 배우가 바쉐론 콘스탄틴을 차서 기사화된 적이 있다. 주인공은 브래드 피트와 바쉐론 콘스탄틴 222. 브래드 피트가 아무리 유명해도, 그가 시계를 찰 때마다 기사화되진 않는다. 첫 번째 222는 1977년 출시됐다. 바쉐론 콘스탄틴 창립 222주년을 위해 탄생한 모델로 1985년 단종되기까지 한정 수량만 생산됐다. 전 세계 어떤 브랜드의 시계도 살 수 있는 남자가 수십 년 전 단종된 빈티지 시계를 찼다는 소식은 시계 애호가의 마음을 뜨겁게 하기에 충분했다.

사진 속 보이는 시계는 ‘히스토릭 222’다. 브래드 피트가 찼던 오리지널 222를 복각하여 지난 1월 새롭게 출시됐다. 히스토릭 222는 2022년 골드 버전으로 출시된 바 있지만, 이번에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소재를 바꿨다. 그 덕분에 얻은 건 두 가지다. 더 합리적인 가격과 덜 튀는 컬러 조합. 신형 히스토릭 222는 배우 에드워드 노튼이 찼다. 그는 3월 3일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은색 히스토릭 222를 차고 레드카펫을 밟았다. 어떤 연유로 <파이트 클럽>의 두 배우가 나란히 222를 찼는지 모를 일이지만, 거기에는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히스토릭 222의 첫인상은 간결했다. 절제미. 시계 구석구석 과하게 번쩍거리는 요소는 없었다. 짙은 남색 다이얼에는 매트 마감을 적용했다. 케이스와 베젤 역시 빛을 반사하지 않도록 새틴 브러시드 가공으로 마감해 결을 살렸다. 시침, 분침, 인덱스는 모두 같은 두께로 제작해 일체감이 느껴졌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오리지널 모델의 그것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톱니바퀴 모양으로 완성한 베젤, 케이스 우측 하단에 자리한 말테 크로스 엠블럼, 3시 방향의 날짜창까지. 케이스 크기 역시 오리지널 모델과 동일한 37mm로 완성됐다.

얇은 두께도 인상적이다. 케이스 두께는 7.95mm. 셔츠 소맷부리 안에 쏙 들어가는 얇은 두께 덕분에 드레스 워치로도 부담이 없다. 얇은 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얇은 무브먼트가 필요하다. 히스토릭 222에는 브랜드에서 주력으로 사용하는 칼리버 5100이 아닌 2455/2가 탑재됐다. 칼리버 2455/2는 5100보다 두께가 1.1mm 더 얇은 3.6mm로, 40시간의 파워 리저브를 제공한다.

브래드 피트 222와 에드워드 노튼 222의 가장 큰 차이는 케이스백이다. 오리지널 모델은 속이 보이지 않는 솔리드백을 채택했다. 반면 신형 히스토릭 222는 사파이어 크리스털 케이스백을 적용해 시종일관 정교하게 움직이는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다. 여기서 또 한 번 주목할 요소는 로터다. 손목을 움직일 때마다 자동으로 태엽을 감는 로터는 남들에게 보여줄 일이 없다. 시계의 주인만 시계를 차고 벗을 때 볼 수 있는 부품이다. 그럼에도 바쉐론 콘스탄틴은 로터를 22K 골드로 완성하고 베젤에서 본 것과 동일한 톱니바퀴 장식을 새겨 넣었다.

브레이슬릿도 눈여겨볼 요소다. 육각형 링크를 촘촘하게 이어 붙인 브레이슬릿은 마치 뱀가죽처럼 유연하게 손목을 감싼다. 착용감은 근사했다. 브레이슬릿은 버클 쪽으로 갈수록 폭이 좁아져, 손목에 둘러도 걸리적거리는 불편함이 없다. 여기에도 놀라운 디테일이 있다. 브레이슬릿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장자리의 뾰족한 단면을 아주 미세하게 깎아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어쩌면 이 시계를 매일 착용하는 사람조차 지나칠 수 있는 세밀한 곳의 완성도를 집요하게 높인다. 이것이 바쉐론 콘스탄틴이 럭셔리를 빚어내는 방식이다.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대체로 돈 많은 사람은 안목이 없고, 안목 있는 사람은 돈이 없다. 그럼에도 아주 드물게 돈과 안목을 모두 갖춘 사람이 있다. 그들이 일을 낸다.” 신형 히스토릭 222 국내 가격은 4750만원이다. 같은 예산이라면 이보다 훨씬 화려한 시계도, 기능이 복잡한 시계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는 시계도 얼마든 살 수 있다. 그럼에도 어디선가 이 시계를 찬 사람을 마주친다면 이런 생각으로 바라볼 것 같다. ‘저 사람은 둘 다 갖췄구나’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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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주현욱
Photographer 박도현

2025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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