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FASHION MORE+

엘리자베스 2세가 패션계에 미친 영향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서거, 그가 패션 산업에 남긴 유산과 디자이너들에게 미친 영향.

UpdatedOn October 27, 2022

/upload/arena/article/202210/thumb/52234-500216-sample.jpg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서거 직후, 소셜미디어에는 그를 추모하는 행렬이 넘쳐났고, 그의 패션 또한 재조명되었다. 수십 년 동안 그의 패션은 유행보다 왕실의 우아함을 일관되게 강조했고, 디자인만 9개가 제출될 정도로 공들여 제작된 대관식 의상은 군주의 역할에 대한 깊은 이해를 말해주는 봉건적 유산으로 남았다. 여왕의 패션은 영국 통치자로서의 역할을 가시적으로 표현했다 할 수 있다. 유행을 따라가지 않는 세련되고 감각적인 드레스 선택은 여왕을 세계적인 리더로서 위상을 알리는 데도 한몫했다.

이런 여왕의 패션에는 몇 가지 보수적인 제약이 있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선 안 되고 주름이 최대한 적게 생겨야 하며, 돌풍이 몰아쳐도 드레스나 치마가 들리지 않도록 밑단 디테일에 신경을 써야 했고 땀 자국 또한 나지 않아야 했다. 실루엣에 한계가 있었음에도 여왕은 생동감 넘치는 색상, 생생한 프린트, 포인트가 되는 모자와 장갑 등의 액세서리로 다양한 변화를 추구했다. 영국 패션 문화의 필수적인 모자는 여왕의 시그너처가 되었으며, 독특한 디자인의 디테일은 그녀의 패션 센스를 가늠케 했다.

그 밖에도 웰링턴 부츠, 퀄팅 재킷, 실크 헤어 스카프, 그리고 패턴이 돋보이는 트위드 재킷과 수트를 즐겨 착용했다.
여왕은 업계 최고의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오래도록 패션 뮤즈와 같은 존재였다.

/upload/arena/article/202210/thumb/52234-500217-sample.jpg
CHRISTOPHER KANE 2011 SPRING

CHRISTOPHER KANE 2011 SPRING

CHRISTOPHER KANE 2011 SPRING

구찌의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한 인터뷰에서 “여왕은 세상에서 가장 기발한 사람 중 한 명입니다”라고 말했다. 미켈레는 여왕의 서거 직후 가장 먼저 경의를 표한 디자이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트위드 코트와 머리에 두른 스카프로 스타일링을 한 그녀의 사진을 게시했다. 실제로도 여왕의 평소 스타일과 미켈레의 구찌 사이에서 유사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왕이 착용한 것과 같은 디자인의 코트와 스카프는 구찌 쇼에 자주 등장했다. 버버리의 리카르도 티시는 여왕의 우아함은 버버리의 영국적 감각을 높이기 위한 핵심적 요소라고 언급한 바 있다. 또 영국을 매력적인 곳으로 만드는 이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그 밖에도 미우치아 프라다는 2000년 로마 왕실 방문 당시 “그녀는 세계에서 가장 우아한 여성 중 한 명”이라고 말했고, 칼 라거펠트는 “그녀는 결코 우스꽝스럽지 않다. 그녀는 완벽하다”라며 그의 확고한 스타일에 대해 언급했다.

물론, 일관된 우아함이 항상 디자이너를 자극하는 요소는 아니었을 것. 이후 여왕의 이미지를 파격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고자 했던 이들도 있었다. 여왕의 대관식 의상 디자이너 노먼 하트넬의 디자인을 참조한 크리스토퍼 케인은 2011 봄 컬렉션에서 네온 컬러를 사용해 미래 지향적인 비전을 제시하고자 했고, 1958년 피아니스트 듀크 엘링턴과 어린 엘리자베스 여왕의 만남에서 영감받은 에르뎀은 2018 봄 컬렉션에서 할렘 르네상스 시대 재즈 클럽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세트와 패션을 연출했다. 또 비비안 웨스트 우드는 여왕의 이미지를 훼손한 디자인의 ‘God Save the Queen’ 티셔츠를 선보이며 전복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한 세대가 흘러도 여왕의 영향력은 젊은 디자이너에게까지 미치고 있다. 2018년 리처드 퀸은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영감받은 스카프와 패딩 재킷에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맥시멀 플라워 패턴 디자인을 쇼에서 선보였다. 2023 봄/여름 런던 패션위크는 여왕의 추모 기간에 진행되어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막을 내렸다. 라프 시몬스와 버버리는 일정을 미루어 진행했고, JW 앤더슨은 그를 애도하는 레터링이 적힌 티셔츠를 런웨이에 선보였다. 물론 모든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여왕의 영향력이 건재한 것은 아니다. 웨일즈 보너와 수프리야 렐레 등 오늘날 많은 디자이너들은 기존 체계에 반하는 반제국주의적 성향을 드러내며 컬렉션을 통해 제국주의에 공개적으로 투쟁한다. 세상이 변했다. 영국도 마찬가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건 그 어떤 왕족도 그와 같이 패션계를 군림하는 스타일 아이콘이 될 수는 없을 거다.

3 / 10
RICHARD QUINN 2018 F/W

RICHARD QUINN 2018 F/W

  • RICHARD QUINN 2018 F/WRICHARD QUINN 2018 F/W
  • JW ANDERSON 2023 S/SJW ANDERSON 2023 S/S
  • GUCCI 2016 RESORTGUCCI 2016 RESORT
  • ERDEM 2018 F/WERDEM 2018 F/W
  • ERDEM 2018 F/WERDEM 2018 F/W
  • ERDEM 2018 F/WERDEM 2018 F/W
  • ERDEM 2018 F/WERDEM 2018 F/W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Guest Editor 하예지
Cooperation 쇼비트, 스플래시, 인스타그램

2022년 11월호

MOST POPULAR

  • 1
    THE CORE
  • 2
    그 남자처럼 되고 싶었다
  • 3
    추성훈과 아이들
  • 4
    하나의 공간에서 더 많은 경험을!
  • 5
    홍화연, "매 순간 진심을 다하려고 해요. 뭔가 결정을 내릴 때는 충분히 고민하고, 최선을 다해 책임져요."

RELATED STORIES

  • FASHION

    캡이 될 수 있는 모자

    언제 어디든 나설 때 툭 얹기만 하면 된다.

  • FASHION

    The Dior Odyssey in Seoul

    디올의 찬미적 유산이 감각의 도시 서울과 만나 새로운 여정이 시작된다.

  • FASHION

    CCWC 2025써머 룩북 컬렉션 공개

    씨씨더블유씨가 '레트로' 키워드로 25SS 시즌을 선보인다.

  • FASHION

    MIU MIU LITERARY CLUB

    미우미우가 2025년, 두 번째 문학 클럽 '여성의 교육(A Woman’s Education)'을 선보인다.

  • FASHION

    전설은 계속된다

    IWC 샤프하우젠의 새로운 인제니어 컬렉션.

MORE FROM ARENA

  • CELEB

    Close to you

    매 순간 조금 더 가까이 애틋한 시간을 만들어가는 빈지노와 스테파니 미초바, 그리고 아르마니 워치가 함께 한 찬연하게 빛나던 그 날의 기록.

  • FASHION

    25살이 된 바게트 백

    펜디 바게트백 25주년 기념 컬렉션 쇼가 성대하게 열렸다. 다양한 재해석과 축하 메시지 속에 울려 퍼진 바게트에 대한 경의.

  • FASHION

    VIVID

    어두운 밤에도 존재감을 잃지 않는 화려한 컬러 스니커즈.

  • DESIGN

    청년의 집

    청년은 ‘헬조선’ 시대를 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마땅치 않다. 하지만 함께 생각해볼 수는 있다. 청년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말이다. 현시대 청년이 마주한 주택난에 대해 기성세대 건축가와 함께 고민했다. 세 건축가가 청년을 위해 아이디어를 냈다.

  • INTERVIEW

    류승범 미리보기

    류승범, 진짜가 돌아왔다. 범접할 수 없는 류승범, <타짜: 원 아이드 잭> 복귀 후 유일한 행보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