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LIFE MORE+

건축물을 탐구하는 방식 #일본

젊은 건축가들의 시선은 어떤 도시와 어떤 건축물로 향할까.

UpdatedOn October 14, 2022

동양의 은근함
교토 국립박물관

/upload/arena/article/202210/thumb/52116-498762-sample.jpg

교토 국립박물관의 증축동은 ‘다니구치 요시오’ 건축가가 설계했다. 그는 뉴욕의 현대미술관을 설계했는데, 일하는 자세나 실력 면에서 참으로 닮고 싶은 건축가다.

박물관에 다다를 즈음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매표소인데, 도로에 접해 있는 매표소는 손 뻗으면 닿을 듯한 낮은 판재로 덮여 있다. 언뜻 멋진 비례를 이루는 조형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말끔히 정돈된 진입구를 지나면 너른 마당을 거쳐 박물관 내부로 들어서게 된다.

건물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좌측의 깊고 높은 로비는 소실점이 그려질 정도로 몰입감 있는 공간이다. 창의 루버를 통과한 햇빛이 바로 아이보리색 대리석에 떨어지는 광경이 참으로 아름답다. 해가 낮게 깔리는 시간대에 방문해서였을까, 더 오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층층이 구성된 전시를 관람하고 빛이 있는 곳으로 나오니, 나는 처음 마주했던 기다란 로비의 반대편에 위치해 있었다. 폐관이 임박했다는 방송을 듣고 나온 터라, 사람들은 더 드물었고, 경쾌했던 햇빛은 낮게 깔려 있었다.

아이보리색이었던 대리석은 이제 붉은빛으로 색을 바꾸었고, 경쾌했던 공간은 아스라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다니자키 준이치로가 산문선 <그늘에 대하여>에서 서술한 동양의 은근함이 이것을 말했던 건가.
WORDS 이진혁(소와요건축사사무소 소장)

/upload/arena/article/202210/thumb/52116-498760-sample.jpg

숨 쉬는 건축물
도쿄 국제포럼

어떤 순간에 도시의 매력을 느끼나? 도시의 다채로움을 느끼는 순간은 이동할 때다. 지하철이 지상으로 나와 전망이 확 열리고 어디론가 흘러가는 사람들을 볼 때면 진정 도시의 호흡을 느끼고 도시가 숨기던 거대함을 확인할 수 있다. 이동 수단을 통해 느끼는 도시의 ‘숨’은 도쿄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도쿄는 유난히 사람들이 한꺼번에 이동하는 모습이 자주 보여 생동감으로 가득하다. 전시 공간, 고층 빌딩, 세련된 상업 공간이 뒤섞인 도쿄역에선 고가도로 위 사람들의 모습이 한눈에 보이는데, 마치 거대한 심장에서 혈관이 뻗어나가는 듯 수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어디론가 향한다.

그처럼 생동감 있는 도시에 생동감 있는 건축물이 있다. ‘라파엘 비뇰리’의 도쿄 국제포럼으로, 도쿄역에서 긴자역 쪽으로 걷다 우연히 발견했다. ‘저 정도로 장엄하고 거대하게 지어야 했나’ 싶을 만큼 압도적인 기운을 내뿜지만, 독특한 형태의 회전문을 통해 쉽게 내부로 진입할 수 있다.

가운데 높은 중정을 중심으로 가장자리에 기다란 복도가 이어진다. 마주 보는 복도는 공중의 브리지가 잇는다. 브리지를 오가면 복도들이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배를 공간화한 건물인 도쿄 국제포럼은 이동 수단처럼 생겼다. 건물 내부 브리지도 어떻게 보면 맞은편 복도로 향하기 위한 이동 수단이다. 국제포럼은 마침 복잡하고 생동적인 도쿄역 근처에 있어 살아 숨 쉴 것만 같다.
WORDS 민세원(건축사사무소 매스스터디스 디자이너)

/upload/arena/article/202210/thumb/52116-498763-sample.jpg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정소진

2022년 10월호

MOST POPULAR

  • 1
    데이비드 베컴, 보스와 함께한 첫 번째 디자인 협업 컬렉션 출시
  • 2
    1마일을 4분 만에 들어올 사람 누구?
  • 3
    Colorful Design
  • 4
    섹스와 알코올
  • 5
    MIU MIU LITERARY CLUB

RELATED STORIES

  • LIFE

    1마일을 4분 만에 들어올 사람 누구?

    올해 6월, 페이스 키피에곤이 여성 최초로 1마일(1.6km)을 4분 안에 완주를 하는 도전에 나선다.

  • LIFE

    Take Eat Slow

    한 끼를 먹더라도 건강하게! 저속노화를 위한 비건 맛집 5

  • LIFE

    코첼라를 접수하다

    퍼스널 컬러가 '코첼라'임을 증명한 6팀의 하이라이트 신.

  • LIFE

    하나의 공간에서 더 많은 경험을!

    일상의 재미를 더하는 동시 공간 5

  • LIFE

    다시 콜드플레이!

    세월이 흘렀어도 콜드플레이는 최정상의 밴드임에 틀림없었다.

MORE FROM ARENA

  • LIFE

    여행에 미치다

    뉴미디어가 언급된 것은 몇 해 전 일이다. 이제 뉴미디어는 기존 미디어와 어깨를 견주는 규모로 성장했다. 시사, 정치, 사회,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는 뉴미디어 시장을 보며 의문이 솟았다. 밀레니얼 세대가 뉴스에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그들이 뉴미디어를 구독하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새로운 세대의 미디어는 어떻게 변화하고 또 달라질까. 뉴미디어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 INTERVIEW

    아티스트 그룹 유니버셜 에브리띵

    몽글몽글하면서도 짜릿한 경험, 이상하고 아름다운 ‘유니버셜 에브리띵’의 세계. 그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디렉터 맷 파이크와의 만남.

  • LIFE

    볼카노프스키 공략

    4월 10일 정찬성은 볼카노프스키와 UFC 페더급 타이틀전을 갖는다. 페더급 황제로 군림하며 막강한 전력을 자랑하는 볼카노프스키 . 정찬성이 파고들 약점이 있을까? 볼카노프스키의 상성을 찾아본다.

  • FASHION

    선명한 컬러 액세서리

    통통 튀는 선명한 색상의 액세서리 8.

  • FASHION

    Summer Flavor

    재킷은 격식 없이 풀어헤치고, 그저 먹고, 마시고, 즐겨야 하는 여름.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