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LIFE MORE+

The Critique

클롭 마법의 비밀

UpdatedOn April 17, 2019

프리미어리그 2018-19 시즌의 우승 후보는 ‘리버풀’과 ‘맨체스터시티’다. 디펜딩 챔피언 맨체스터시티의 활약이야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리버풀’의 활약은 프리미어리그에 신선한 충격을 전하고 있다. 위르겐 클롭이 이끄는 리버풀은 지난 시즌보다 더 활기차고 열정적인 경기를 선보이며, 승점을 차곡차곡 쌓아올렸다. 시즌 중반까지 1위 자리를 고수했고, 후반에 이른 지금도 맨체스터시티와 1위 자리를 놓고 아슬아슬한 추격적을 벌이고 있다. 리버풀은 과거에도 몇 번 우승에 근접한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우승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압도적인 경기력 때문이다. 과거와는 달라진 리버풀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클롭의 전술을 토대로 분석했다.

EDITOR 조진혁 

상대 공격을 흔드는 ‘헤비메탈’

큰 나무를 흔들려면 가지나 줄기와 상대해선 안 된다. 뿌리를 흔들든 땅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공략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위르겐 클롭이 구사한 ‘헤비메탈’ 축구도 이와 같다고 보면 된다. 공격에서 아무리 상대를 괴롭혀도 팀 전체를 흔들기는 어렵다. 상대가 공격하는 순간부터 압박을 해야 상대 정신까지 뒤틀어버릴 수 있다. 현학적인 말장난이 아니다. 2018-19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0라운드 현재 리버풀은 최소 실점 부문 1위다. 30경기에서 17골밖에 내주지 않았다. 최소 실점 부문 2위 맨체스터시티(이하 맨시티)는 21골을 내줬다. 리버풀은 순위는 2위지만 단 1패밖에 하지 않았다. 맨시티는 4패를 했다. 클롭 감독은 2015년 부임 이후 공격적인 부분에서도 보강을 해왔지만 수비를 더 적극적으로 보수했다. 

사우샘프턴과 마찰을 빚으면서도 중앙 수비수 피르힐 판 다이크를 데려왔고, ‘2018 러시아 월드컵’이 끝난 이후에는 브라질 대표팀 주전 골키퍼 알리송 베케르도 영입했다. 클롭이 키운 좌우 풀백 앤드루 로버트슨과 트렌털 알렉산더-아널드는 리그 정상급으로 올라섰다. 이렇게 영입하고 다듬은 수비진이 올 시즌 자리를 잡으면서 안정적인 전력을 꾸릴 수 있었다. 리버풀은 리그 30경기 중에서 17경기에서 골을 허용하지 않았다. 클롭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구사하던 수준으로 ‘게겐프레싱(전방 압박)’을 하지는 않지만, 효과적으로 전방부터 압박하는 전술로 상대를 숨막히게 하고 있다. 리버풀이 자랑하는 3톱 ‘마누라(마네+피르미누+살라)’는 공격수인 동시에 최전방 수비수이기도 하다. 공을 빼앗긴 동시에 상대 수비수를 압박한다. 리버풀 수비 방식은 격렬하다. 적당히 자리만 잡는 수비는 리버풀에 없다. 리버풀은 맨시티보다 태글을 경기당 2.6개씩 더 하는 팀이다. 경기당 태클을 15.9개나 한다. 20위 풀럼보다도 태클을 많이 한다. ‘헤비메탈 수비’는 부작용도 있다. 모든 선수가 많이 뛸 수밖에 없기에 후반기로 갈수록 체력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클롭은 잉글랜드에 온 이후 1월부터 이어지는 겨울마다 악몽을 꾸고 있다. 클롭이 당한 패배 중 29% 정도가 1월에 나왔을 정도다. 잉글랜드는 다른 리그와 다르게 12월에 ‘박싱 데이’ 등으로 살인적인 일정을 치러야 한다. 다른 팀보다 더 역동적인 리버풀은 12월을 넘긴 뒤 다음 해 1월부터는 항상 피로 누적으로 고생했다. 리버풀은 올 시즌에도 1, 2월에 5승 4무 1패라는 부족한 성적을 거두면서 맨시티에 선두를 내줬다. 수비는 여전히 선방하고 있으나 공격 쪽에 문제가 생겼다. 힘이 아닌 기술과 속도로 상대를 무너뜨리던 ‘마누라’도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잠잠하다. 특히 지난 시즌 리오넬 메시와 비교될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였던 살라가 잠잠하다. 클롭도 “살라가 왜 부진한지 나도 정확히는 모른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물론, 클롭은 단 1패만 하고도 ‘위기’라는 이야기를 듣는 게 억울할 수도 있다. 그래도 어쩌겠나. 과르디올라가 이끄는 맨시티를 이기려면 상대도 ‘괴물’이 돼야 한다. 올 시즌 우승 경쟁은 정말 ‘역대급’이다. 


WORDS 류청(<풋볼리스트> 취재기자)

클롭이 ‘The One’일지도 모를 이유

리버풀은 29년째 리그에서 빈손으로 지내고 있다. 올 시즌 선두 경쟁에 대한 리버풀 팬들의 흥분은 아주 당연하다. 지금까지 클롭 감독은 역사적 사명을 아주 잘 짊어지고 있다. 올 시즌 리그 8경기를 남긴 현재, 승점 73점으로 맨시티(74점)와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리그 30경기 승점으로는 리버풀 역대 최다 동률 기록이다. 지난 시즌의 교훈은 명확했다. 수비 구멍을 막는 것이다. 2018년 1월 피르힐 판 다이크의 영입에 이어 여름 이적 시장에서 알리송 베케르(골키퍼)와 파비뉴(수비형 미드필더)를 데려왔다. 효과는 즉각적이다. 경기당 실점이 지난 시즌 1.0골에서 올 시즌 0.56골(리그 최소)로 줄었다. 현재 중앙수비수 판 다이크는 프리미어리그 ‘올해의 선수’ 수상이 유력하다. 

마지막 퍼즐을 맞춘 부임 네 번째 시즌이 되어서 ‘진짜 클롭 축구’가 완성되는 분위기다. 말 그대로 올 시즌 리버풀의 경쟁력은 완성도에서 비롯된다. 지난 시즌 클롭 감독은 4-3-3 시스템을 기반으로 살라, 피르미누, 마네의 스리톱을 상시 가동했다. 판 다이크 효과로 수비 빌드업이 안정된 덕분에 1, 2선의 다양성과 창의성이 대폭발했다. 중앙 원톱이었던 피르미누는 폴스나인(가짜 9번)처럼 센터서클까지 내려와서 빌드업에 관여한다. 살라와 마네는 원톱을 분담한다. 세르단 샤키리의 가세로 살라 원톱의 4-2-3-1 시스템도 혼용하게 되었다. 이제 리버풀은 상대와 상황에 따라 4-3-3, 4-5-1, 4-2-3-1로 계속 변신하는 전천후 팀이 됐다. 양 풀백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이 리버풀의 완성도를 상징한다. 최종 수비 4인을 제외한 아웃필더 6명은 서로 자리를 바꿔가면서 상대의 중앙 영역으로 좁혀 들어간다. 상대가 반응하면 좌우 측면에 넓은 공간이 생긴다. 그곳으로 트렌털 알렉산더-아널드와 앤드루 로버트슨이 과감하게 전진해 위협적인 크로스를 제공한다. 리그 30라운드(3월 10일) 번리전의 마지막 득점 장면이 좋은 예다. 

라이트백 알렉산더-아널드의 크로스를 반대편 문전까지 전진한 레프트백 로버트슨이 떨궈 마네의 쐐기골을 도왔다. 상대 진영의 중앙 점거는 클롭 축구의 전매특허인 게겐프레싱 효과를 극대화한다. 공격 도중 볼을 빼앗겨도 수적 우위를 통해 곧바로 압박할 선수들이 많다. 상대 역습을 깨서 곧바로 역습하는 게겐프레싱의 기본 목적을 올 시즌 리버풀이 정의하고 있다. 클롭 체제에서 멀티 능력자들이 중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임스 밀너, 조던 헨더슨, 파비뉴, 헤오르히니오 베이날둠, 애덤 랄라나, 나비 케이타 등은 하프라인 너머 어느 포지션에서도 상황별 최적의 대응 플레이가 가능하다. 유럽축구연맹(UEFA)의 전술 리포트는 “리버풀이야말로 최근 전술 트렌드를 가장 잘 보여주는 팀”이라고 극찬했다. 남은 일정에서 우승 경험 부족이라는 심리적 문제만 극복해낸다면 리버풀이 29년 만에 잉글랜드 챔피언으로 복귀하는 장면을 볼지도 모른다. 클롭 감독이 ‘The One’이었음도 입증될 테고. 


WORDS 홍재민(축구 칼럼니스트, <포포투> 전 편집장)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조진혁
WORDS 류청(〈풋볼리스트〉 취재기자), 홍재민(축구 칼럼니스트, 〈포포투〉 전 편집장)

2019년 04월호

MOST POPULAR

  • 1
    박재범, 반려견 오스카와 함께 한 <아레나 옴므 플러스> 디지털 커버 공개
  • 2
    다시 콜드플레이!
  • 3
    소지섭, "좋은 배우가 되는 가장 빠른 길은 좋은 사람이 되는 거라고 믿습니다."
  • 4
    커피 잘 내리는 법
  • 5
    러너들이 선택한 길

RELATED STORIES

  • LIFE

    1마일을 4분 만에 들어올 사람 누구?

    올해 6월, 페이스 키피에곤이 여성 최초로 1마일(1.6km)을 4분 안에 완주를 하는 도전에 나선다.

  • LIFE

    Take Eat Slow

    한 끼를 먹더라도 건강하게! 저속노화를 위한 비건 맛집 5

  • LIFE

    코첼라를 접수하다

    퍼스널 컬러가 '코첼라'임을 증명한 6팀의 하이라이트 신.

  • LIFE

    하나의 공간에서 더 많은 경험을!

    일상의 재미를 더하는 동시 공간 5

  • LIFE

    다시 콜드플레이!

    세월이 흘렀어도 콜드플레이는 최정상의 밴드임에 틀림없었다.

MORE FROM ARENA

  • INTERVIEW

    추영우, 유연하고 선명하게

    중증외상센터의 전공의, 조선시대의 전기수, 시골 마을의 수의사. 추영우가 그려낸 남자들은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만 같다. 그걸 가능케 하는 유연함이 우리가 이 젊은 배우에게 열광하는 이유다. 다른 무엇보다 ‘연기를 좋아하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는 추영우와 나눈 대화.

  • INTERVIEW

    김태희는 지금도

    ‘김태희처럼’이라는 수식이 어울리는 배우는 김태희뿐이다. 김태희를 김태희로 살게 하는 것에 대하여.

  • INTERVIEW

    2023년 <아레나> 1월호 커버를 장식한 NCT 태용

    태용의 무한대의 매력을 담아낸 <아레나> 1월호 커버 공개!

  • INTERVIEW

    김광현의 시작

    김광현은 선수로서 전부를 이루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30대에 접어든 그는 세인트루이스행 비행기에 올랐다. 어려서부터 간직해온 꿈을 이루기 위해, 늦은 나이에도 도전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그는 데뷔 첫해에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고 귀국했다. 2020년은 기회를 다지는 시기였다고 김광현은 말했다.

  • INTERVIEW

    드라마 <빅마우스>로 복귀! 이종석, 화보 미리보기

    이종석, <빅마우스>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어”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