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REPORTS MORE+

최희랑 세희랑

야구 여신 최희와 김세희를 만났다. 우정과 사람 간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왜 우리는 시끌벅적하게 웃다가 잠시 씁쓸한 정적의 시간을 가졌을까?

UpdatedOn March 16, 2018

3 / 10
/upload/arena/article/201803/thumb/37956-287515-sample.jpg

 

 

최희가 입은 캐멀색 니트는 휴고 보스 제품. 
김세희가 입은 화이트 오프숄더 톱은 코스 제품.

 

“요즘은 우정이란 단어를 잘 안 쓰는 것 같다. 아무래도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고 고민의 층위가 예전보다 복잡해지니까 고민을 나누기보다 혼자 해결하려는 경향이 짙어져서 그런 게 아닐까? 나만 해도 그렇다. 예전엔 무슨 일 있으면 친구들한테 다 얘기했는데 요즘은 내 선에서 끝내자는 생각이다.”

 

야구의 ‘야’자도 모르던 시절 축구 하이라이트 영상을 찾아보다가 우연히 최희와 김세희를 봤다. 예쁘고 귀여운 사람이 야구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내가 야구의 룰과 재미를 배우고 응원하는 팀이 생겨 경기장을 다닌 것이. 최희는 KBS N 아나운서를 시작으로 2013년 프리랜서로 전향, 〈비타민〉 〈런닝맨〉 〈나 혼자 산다〉 〈세바퀴〉 등에서 다양한 활동을 했고 다시 2017년, KBS N에 복귀했다. 김세희는 SBS 스포츠에서 아나운서로 다양하게 활약 중이다. 방송사는 다르지만 ‘절친’인 두 야구 여신이 이번엔 야구가 아닌 우정과 인간관계에 대해 얘기했다. 사람이 문제지만 결국 사람이 답이라는 것, 사람은 왜 이리 어려울까?

최희가 입은 흰색 실크 셔링 블라우스는 아쎄르, 검은색 플레어 팬츠는 자라, 골드 귀고리는 케이트앤켈리 제품.

최희가 입은 흰색 실크 셔링 블라우스는 아쎄르, 검은색 플레어 팬츠는 자라, 골드 귀고리는 케이트앤켈리 제품.

최희가 입은 흰색 실크 셔링 블라우스는 아쎄르, 검은색 플레어 팬츠는 자라, 골드 귀고리는 케이트앤켈리 제품.

둘이 친하다고 들었다. 촬영 내내 김세희가 최희를 선배가 아닌 언니라고 부르던데.
최희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 성서 모임을 통해 친해졌다. 사실 한 분야에서 일하지만 방송국이 달라 친해질 기회가 없었거든. 이젠 워낙 가까워져서 언니라고 부르라고 했다.
김세희 본래는 언니 팬이었다. 성서 모임은 거의 한풀이 시간이다. 수다도 떨고 서로 위로도 하고 차 마시고 그렇게 시간을 보낸다.

한풀이? 보통 사람들은 술로 푼다.
김세희 맥주를 좋아하는데 즐겨 마시지는 않는다. 커피가 좋다. 대답이 재미없지?
최희 가식 떠는 게 아니라 사실이 그렇다. 예전엔 술을 좋아했고 즐겨 마시는 편이었는데 이제는 술 마신 다음 날 피곤하고 힘들어서 맥주 한두 잔 정도? 수제 맥주가 좋더라.

둘 다 맥주를 좋아하는 것 같다. 이외에도 공통점이 많을 것 같은데?
김세희 나는 언니가 바른 사람이라 좋다. 올곧고 주변 사람 배려도 잘한다. 사실 방송 선배는 대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처음엔 언니가 어려웠는데, 계속 편하게 배려하는 마음이 보이니까 존경하게 되더라.
최희 존경까지? 하하.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 있지 않나? 세희는 진짜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다. 방송하는 후배들 보면 전부 좋은 동생인데 그중에서도 세희의 밝은 면 때문에 가까워진 것 같다.

칭찬 릴레이라… 잠깐 한 명씩 화장실 좀 다녀올까?
최희 내가 먼저 가겠다. 세희야 하고 싶은 말 다 해.
김세희 자, 그럼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하자. 하하.

우정의 뜻이 뭔지 알고 있나?
김세희 벗 ‘우’에 정 ‘정’? 맞나?

맞다. 사실 나도 인터뷰 전에 다시 한번 찾아봤다. 흔한 단어인데 언젠가부터 잘 안 쓴 표현이라 그런지 의미가 생경하더라. 새삼스럽기도 하고.
최희 그러고 보면 내가 중학교 다니던 시절에만 해도 ‘우정샷’이 유행이었다.
김세희 최대한 뽀얗게 보정해서 이목구비가 흐릿한 사진. 정말 요즘은 우정이란 단어를 잘 안 쓰는 것 같다. 아무래도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고 고민의 층위가 예전보다 복잡해지니까 고민을 나누기보다 혼자 해결하려는 경향이 짙어져서 그런 게 아닐까? 나만 해도 그렇다. 예전엔 무슨 일 있으면 친구들한테 다 얘기했는데 요즘은 내 선에서 끝내자는 생각이다. 얘기해도 이해하지 못할 거 같고 굳이 오랜 시간을 들여 이해시켜도 뭐….
최희 나는 본래 혼자 보내는 시간을 즐기는 편이었다. 또 지금 키우는 고양이 두 마리와 교감하는 게 속 편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성경 모임에 나가면서 친한 동생들 만나 얘기를 나누다 보니 이런 관계가 확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인간적인 교감, 우정이나 사랑은 또 다른 무언가를 주는 것 같다.

친구라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은 편인가?
김세희 최대한 많이 두려고 한다. 혼자 해결하는 게 힘에 부칠 때가 있으니까. 그렇다고 기댈 수 있는 친구를 둔다는 건 아니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 마음에 안정을 주는 사람이 있지 않나? 그런 친구.

나이 들수록 사람을 믿기 어렵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을 감별하는 나름의 기준이 있나?
김세희 잘해줬을 때 더 잘해줄 줄 아는 사람. 이게 기준이다. 꼭 무언가를 바라서가 아니라 나는 감정적이든 뭐든 내가 무언가를 해주면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이 좋거든. 상대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고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라면 마음도 따뜻하지 않을까?
최희 나는 반대로 기대를 안 한다. 내가 어떤 걸 해줬을 때 이 사람도 나한테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 상처받고 무언가를 바라게 된다. 그래서 내가 줄 수 있는 걸 주는 것까지만 한다. 돌려주지 않는다고 해서 그 마음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이렇게 마음먹으면 친구 사이에 서운한 감정이 들지 않더라. 또 결국 나한테 덕이 될 수도 있는 거고.

 

“친구가 먼저 ‘나 힘든데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해?’라고 물어보면 그게 또 그렇게 고맙다. 나를 믿고 얘기하는 거니까.”

 

/upload/arena/article/201803/thumb/37956-287516-sample.jpg

 

최희가 입은 회색 오버사이즈 체크무늬 재킷, 체크무늬 슬랙스·연보라색 카디건 모두 아쎄르, 귀고리는 블랙뮤즈 제품. 
김세희가 입은 흰색 터틀넥 톱은 그레이 양, 흰색 셔츠는 닐리 로탄 by 수퍼 노말, 벨벳 슬립 드레스는 푸쉬버튼 제품.

 

 

“사람한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이겨내야 한다는 말, 뻔하고 진부하지만 맞는 말인 것 같다. 사람은 결국 누군가를 만나야만, 사람과의 교감으로만 충족할 수 있는 것이 있다.”

 

김세희가 입은 미색 셔츠는 분더캄머, 니트 소재 팬츠는 코스 제품.

김세희가 입은 미색 셔츠는 분더캄머, 니트 소재 팬츠는 코스 제품.

김세희가 입은 미색 셔츠는 분더캄머, 니트 소재 팬츠는 코스 제품.

그럼 친구를 대할 때와 사회생활에서 만난 사람들을 대할 때 어떻게 다른가?
최희 친구에 대한 철칙이 있다. 힘들고 마음 아픈 일이 있으면 무조건 곁에 있어주자는 것. 이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최근에도 마음고생 심한 친구가 있어 짐 싸 들고 우리 집으로 오라고 했다. 한동안 함께 지내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하면서 힘든 일을 나누다 보니 고민도 사라지는 것 같더라. 아픔도 나누면 반쪽이 된다는 말처럼. 그래서 요즘 세희한테 ‘나 힘들어’라고 톡을 보내기도 한다. 하하. 본래 절대 주변 사람한테 알리지 않았는데 이젠 의식적으로 전화도 하고 ‘나 오늘 그냥 마음이 힘든 것 같아’라는 말도 한다.

싸이월드 시절만 해도 감성을 드러내는 게 멋이라 할 정도로 감정에 솔직했는데 요즘은 그 반대다.
김세희 인스타그램에 글을 길게 쓰면 뭔가 오그라든다고 할까 봐 일부러 짧게 쓴다. 언제부턴가 다들 그렇게 된 것 같다. 시니컬함이 멋이 된 것 같다. 안 그래도 얼마 전에 친구들하고 싸이월드가 다시 생겼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 아쉽지 않나?

감성과 감정을 토로할 만한 무언가가 있으면 한다는 거지?
최희 예전에는 다이어리도 전체 공개했다. 타인에게 내 일기를 전부 공개하고 사랑 글귀 아래에는 댓글로 ‘퍼가요’를 달았다. 요즘에 그러면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하고 이상하게 생각한다. 배경음악으로 슬픈 노래가 흐르면 힘내라는 일촌평이 많았다. 맞아, 친구를 맺으면 사촌보다 더 가까운 ‘일촌’이 됐었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만약에 요즘 SNS에 감정을 대놓고 표현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할 거다.
김세희 감정 표현을 안 하는 걸 멋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최희 요즘엔 그렇더라. 친구가 먼저 ‘나 힘든데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해?’라고 물어보면 그게 또 그렇게 고맙다. 나를 믿고 얘기하는 거니까.
김세희 사람한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이겨내야 한다는 말, 뻔하고 진부하지만 맞는 말인 것 같다. 사람은 결국 누군가를 만나야만, 사람과의 교감으로만 충족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연애할 때는 어떤 편인가? 솔직하게 표현하는 편인가?
최희 연애는 그냥 어렵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드러내야 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현재 못 하고 있는 것 아닐까….
김세희 만약 한다면 상대는 나한테 솔직했으면 좋겠다. 하하.
최희 맞아. 나는 되고 넌 안 돼.

둘 다 연애 못 하고 있나?
김세희 어떻게 했는지 기억조차 안 난다. 어떤 감정이었는지. 하하.

이상형이 어떻게 되나? 주변에 있으면 소개해주겠다.

김세희 나 받아주는 사람한테는 애교가 엄청 많은데, 여우 같은 남자랑은 안 맞는다. 남자답고 진중한데 내가 뭔가 하면 ‘허허’ 웃는?

푸근한 아빠 같은 사람?
김세희 친구 같은 사람을 만나면 남자로서 감정을 전혀 못 느끼겠더라.
최희 난 너무 완벽하지 않은 남자가 좋다. 빈틈없는 사람 앞에 서 있으면 부끄러워지더라. 내가 부족하고 모난 부분이 많으니까. 채워줄 부분이 있는 사람이 나의 도움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좋더라.

모성애를 가지고 있는 거네.
최희 친구들 말로는 연애할 때는 모성애를 버려야 한다던데… 그런 것 같다.

우정, 친구 같은 단어는 금기어처럼 되었고 감정 표현하면 촌스럽고 이상한 사람 취급받는 세상이 됐다. 그만큼 믿을 수 있는 친구가 더욱 소중해졌다는 거다. 둘은 친구, 우정이지?
최희 그렇다. 하하.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GUEST EDITOR 김민수
PHOTOGRAPHY 박정민
STYLIST 윤현지(최희), 배보영(김세희)
HAIR 윤보라(헤움, 최희), 우리(김세희)
MAKE-UP 노화연(헤움, 최희), 한효빈(김세희)

2018년 03월호

MOST POPULAR

  • 1
    커피 잘 내리는 법
  • 2
    완벽함과 유연함 사이의 이준호
  • 3
    Colorful Design
  • 4
    하나의 공간에서 더 많은 경험을!
  • 5
    SCENE 12

RELATED STORIES

  • LIFE

    CHAMPAGNE SUPERNOVA

    샴페인도 와인인데, 왜 목이 긴 플루트 잔에만 마시나? 서로 다른 스타일의 4가지 샴페인에 맞춤인 잔 4개를 골랐다.

  • LIFE

    HELLO NEW YEAR

    도쿄에는 자신만의 색을 담아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들이 있다.

  • FASHION

    바다의 지배자

    25주년을 맞아 더 새로워진 다이버 시계의 대명사, 오메가 씨마스터 다이버 300M.

  • FASHION

    CLOSE TO YOU

    서늘한 계절을 위한 11가지 소재.

  • FASHION

    이세와 라이의 뉴욕 패션위크 런웨이

    첫 번째 런웨이 컬렉션으로 뉴욕 패션위크에 데뷔하는 이세(IISE)와 두 번째 뉴욕 런웨이에 서는 이청청의 라이(LIE)가 지금 서울의 패션을 선보인다.

MORE FROM ARENA

  • REPORTS

    한상원이 사는 세상

    젊었을 적, 한상원은 ‘내 세상’에 살고 있었다. 올해로 57세가 된 훵크 마스터 한상원은 드넓은 우주 속을 유영하듯 천천히 살아간다. 소멸하는 그날까지, 더 많은 사람과 더 좋은 음악을 나눠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 LIFE

    FUTURE - chapter1. GAMIFICATION

    미래는 언어로 다가온다. 게이미피케이션, 디지털 트윈, IoB, 비지도학습 AI 등 낯선 용어들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입에는 익지 않은 개념들이지만 의미와 기능을 들여다보면 익숙한 것들이다. 지금보다 더 오래전, 10년 전 아니면 그보다 더 오래된 시절, 막연히 그렸던 공상과학 세상의 개념들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상상은 실체가 되며 새로운 이름을 얻었을 뿐이다. 지금 미래 개념으로 알려진 게이미피케이션, 디지털 트윈, IoB, 비지도학습 AI를 다각도로 다룬다. 미래 개념을 경험한 이들의 기대와, 미래 개념이 낯선 이들이 느낀 공포를 담았다.

  • CAR

    아방가르드 정신

    DS 7 크로스백에는 예술이 있는 삶을 지향하는 파리지앵의 건강한 영혼이 깃들어 있다.

  • LIFE

    30호라는 장르

    알려지지 않은 밴드 ‘알라리깡숑’의 보컬로 활동하던 ‘이승윤’은 <싱어게인> 출연자 ‘30호’로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경연 프로그램의 지원자로서 감각적인 편곡을 선보이며 결국 본인만의 장르를 창조해냈다. 기존의 곡을 완전히 다른 곡으로 탈바꿈시켜 대중을 놀라게 한 재주꾼 30호는 전국 팔도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30호들의 희망이 되었다.

  • DESIGN

    나이키 에어 프레스토에 숨겨진 마법

    ‘발에 신는 티셔츠’ 라는 컨셉으로 출시되어 궁극의 편안함을 선사하는 스니커즈로 자리잡은 나이키 에어 프레스토가 하루 아침에 개발되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그 찬란한 역사의 현장 속을 들여다보자.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