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INTERVIEW MORE+

창정이 형, 어디 가?

초면에 실례지만 임창정에게 다짜고짜 형이라 부르고 싶었다. 대한민국에서 ‘짠 내’ 나는 연기를 제일 잘하는 배우, 의리 있는 사랑 노래를 가장 잘 부르는 가수지만 그냥 우리 동네 사는 형 같아서다. 그는 요즘 제주도에서 새로운 일을 꾸미고 있다.

UpdatedOn September 21, 2017

3 / 10
/upload/arena/article/201709/thumb/35879-256157-sample.jpg

재킷과 터틀넥 니트 모두 코스 제품.

재킷과 터틀넥 니트 모두 코스 제품.


“작은 일에 감사하고 행복해하는 습관을 가지려고 한다.
행복도 자꾸 연습을 해야 하거든.”

 

대한민국에는 엄연히 ‘임창정’이라는 장르가 존재한다. ‘임창정표 영화’는 역시 코미디다. 사회적 비주류라 할 수 있는 허점 많은 남자의 웃기고도 짠한 이야기를 임창정만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배우는 없다. ‘임창정표’ 발라드는 또 어떻고. 적극적으로 사랑을 쟁취하려는 투지 대신 먼발치에서 바라보다, 그럼에도 잊지 못해 ‘여보세요, 나야, 거기 잘 지내니’라는 안부를 전할 뿐이다. 지난해, ‘생목’으로 고음을 내지르는 노래 ‘내가 저지른 사랑’으로 노래방에서 여럿 고생시킨 그는 요즘 무척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소주 한잔’이라는 공전의 히트곡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동명의 술집이 프랜차이즈가 됐고, 영화 <로마의 휴일>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제주도로 이사를 간 그는 거기서 소주도 마시고, 골프도 치고 족발집 프랜차이즈를 준비하는 한편 1년짜리 영화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다. 또 하반기에는 새 앨범을 낼 계획이라고 했다. 그가 휴대폰을 내밀며 뭔가를 보여줬다. 하나는 아이들이 수영장에서 놀고 있는 영상이었고, 또 하나는 연말 특급 프로젝트라는 남자 아이돌 가수와의 듀엣 곡 음원이었다. 삶도, 일도 모두 만족스러워 보여 마음이 놓였다. 창정이 형한테는 이렇게 마음이 가고 그런다, 괜히.

/upload/arena/article/201709/thumb/35879-256160-sample.jpg

터틀넥 니트와 울 팬츠 모두 맨온더분 제품.

더블블레스트 수트와 셔츠 모두 브리오니 제품.

더블블레스트 수트와 셔츠 모두 브리오니 제품.

더블블레스트 수트와 셔츠 모두 브리오니 제품.

영화 <창수>의 이덕희 감독 차기작에 출연한다기에 좀 놀랐다. 혹시 의리로 출연한 건가?
맞다. 그렇다. 때마침 내가 영화도 없었고. 하하.


그럼 공형진, 정상훈도 임창정에 대한 의리 때문에 이 영화를 선택한 건가?
아니다. 시나리오가 두 배우에게 갔고, 자연스럽게 같이 하게 된 거다. 중간에 확인은 서로 했지. “형, <로마의 휴일> 한다며? 나도 해.” 뭐, 이 정도다.


시사회 리뷰를 보니, 앞부분은 웃기고 뒷부분에선 눈물이 난다던데. 맞나?
맞다. 사실 나도 그런 거 싫어한다. 한국 코미디 영화 보면 처음에 자유분방하게 막 웃기다 나중에 휴머니즘을 부각하면서 감동 코드 넣는 거 있잖나. 그래서 관객이 억지 감동을 끼워 넣는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는 것도 안다. 그 감동 코드를 세련되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뭘까, 나도 고민했다. 답은 진정성이었다. 내가 이 영화를 봤는데, 적어도 짜치지는 않는다. 사실,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싶을 때 보면 되는 영화다. 우리도 아무 생각 없이 찍었거든. 하하. 


임창정에게서 관객은 ‘짠 내 나고 지질하지만 정이 가는’ 캐릭터를 기대한다. 이건 배우로서 시그너처인가, 아니면 넘어야 할 벽인가?
내가 학생이라고 치자. 국영수 중에 수학만 잘하거나 영어만 잘하는 친구가 있듯, 나는 코미디라는 과목을 잘하는 학생인 것 같다. 한 과목을 월등히 잘하는 거지. 그래서 자꾸 이런 영화를 하게 되는 거다. 내가 좋은 대학에 가려면 여러 과목을 두루두루 잘해야겠지. 그건 내가 앞으로 더 공부해야 할 숙제다. 유난히 코미디를 넘치게 잘하는 거 같긴 하다. 하하.


과장해서 말하자면 ‘임창정’이라는 장르의 연기를 개척한 선구자인 셈이다. 배우로서 더 파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특정 장르나 캐릭터보다 내 이름을 건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다. 그래서 어떤 프로그램의 판권을 사서 각색하고 있다. 내년에 내가 연출할 거다. 대작은 아닌데 제주의 사계를 담기 위해 1년 정도 시간을 두고 천천히 찍으려고 한다. 완성되면 영화제에 출품하고 싶다. 감독, 각색, 주연, 영화음악, 제작 전부 다 내가 한다. 제주도에 있는 50대 아저씨가 베트남 아내를 맞이하고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제목이 <띠엔>이다.


듣자마자 <파이란>이 떠올랐다. 영화를 보다 눈물 좀 쏟겠는데?
굉장히 슬프다. 아마 많이 울게 될 거다.


1년 동안 다른 거 안 하고 이 작품만 찍을 건가?
얼마 전에 제주도로 이사를 했다. 어려서부터 제주도를 좋아해서 언젠가는 꼭 내려가서 살아야지 하는 꿈이 있었다. 마침 아이들도, 집사람도 좋아하길래 그냥 내려가자고 결정했다. 어차피 제주도에서 살고 있으니까, 여유를 가지고 1년 내내 몰두하려고.


영화만 ‘임창정’ 장르가 있는 게 아니다. 노래에도 ‘임창정표 발라드’가 있다. 임창정이 부르는 발라드의 필수 요소는?
마흔 즈음에 느끼는 사랑의 감정을 자극적이지 않은 가사로 표현하는 게 관건이다. 구속하지 않고, 멀리서 지켜봐줄 줄 아는 사랑. 그게 실은 더 깊은 사랑이다. 요즘 아이들보다 나이가 어느 정도 된 사람들이 이해할 만한 정서가 있다. 9월에도 새 앨범이 나오는데, 이후 하반기에 듀엣 프로젝트를 발표할 거다. 여자 보컬과 듀엣, 남자 보컬과 듀엣 곡을 이미 완성했다. 여자는 내가 발굴한 보석 같은 친구고, 남자는 아이돌 보컬리스트다. 상상도 못할 조합인데 이따 인터뷰 끝나고 들려줄 테니 한번 맞혀봐라.

 

/upload/arena/article/201709/thumb/35879-256161-sample.jpg

수트와 셔츠 모두 라르디니 by 신세계인터내셔널 제품.

“마흔 즈음에 느끼는 사랑의 감정을 자극적이지 않은 가사로 표현하는 게 관건이다.
구속하지 않고, 멀리서 지켜봐줄 줄 아는 사랑. 그게 실은 더 깊은 사랑이다.
요즘 아이들보다 나이가 어느 정도 된 사람들이 이해할 만한 정서가 있다.”


더블블레스트 수트와 셔츠 모두 브리오니 제품.

더블블레스트 수트와 셔츠 모두 브리오니 제품.

더블블레스트 수트와 셔츠 모두 브리오니 제품.

아이돌이라면 내가 금방 맞힐 수 있다. 근데 지금 영화와 앨범뿐 아니라 요식업계의 큰손이 됐다. ‘소주 한잔’이라는 술집이 대박 나지 않았나? 거의 제2의 백종원 수준이다.
‘소주 한잔’이라는 노래가 유명하니까, 그 이름을 딴 아지트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집 앞에 조그맣게 만들었는데 그게 그렇게 잘될 줄은 몰랐다. 제주도에도 족발집을 프랜차이즈로 낼 생각이다. 


인스타그램에서도 열심히 홍보 중이더라. 요즘엔 왜 일상 사진 안 올리나?
오직 홍보용으로만 사용하고 있다. 원래 인스타 팔로어가 30만 명 정도 있었는데 누가 자꾸 이상한 게시물을 올려서 싹 밀어버렸다. 게시물 하나만 지우면 되는데 그걸 모르고 그만. 그래서 최근에 다시 시작해서 팔로어 2만 명을 넘겼다. 그리고 꼭 뭐만 올리면 이러쿵저러쿵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그냥 홍보 창구로만 사용한다. 


원래 팬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으로 유명하지 않나? 디시인사이드에 올린 ‘아재’스러운 글 때문에 ‘휴먼 창정체’란 말도 생겼고.
팬들이 나를 연예인보다는 동네 형으로 봐준다. 그래서 내가 과한 행동을 해도 ‘우리 동네 형이니까’ 하고 이해해주는 부분이 있다. 아무래도 다른 연예인보다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 조금 넓다. 서로 편하게 소통하긴 하는데 가끔 정색하는 친구들이 있다. 웃자고 한 얘기에 달려들어서 그걸 앞뒤 조리 있게 요모조모 따져서 설명하는 친구들 보면 참, 짜증이 난다. 하하. 


의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나?
보성이 형처럼 의리가 1등은 아니다. 의리도 적당히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나와 내 가족이 먼저다. 의리를 지키더라도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해야지. 근데 사실, 피해를 주긴 한다. 남한테 돈을 빌려주니까.


아, 그런 거 하지 마라. 제일 위험한 거다.
아이참, 그렇게 된다. 생각은 ‘선을 지키자’고 하는데 막상 행동이 잘 안 따른다. 정에 약해서.


요즘 임창정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일은 뭔가?
이 세상에서 하는 일이 딱 세 가지 있다. 일, 골프, 소주. 요즘 제주도 사니까 강남의 비싼 술집도 못 가고, 비싼 차 같은 것도 예전에 다 타봐서 흥미가 없다. 옷에도 관심 없고 도박도 안 한다. 오로지 일, 골프, 소주뿐이다. 특히 저녁에 아주 맛있는 음식과 소주를 먹는 게 가장 행복하다. 늦게까지 마시지도 않는다. 밤 9시에 자리를 마치고 집에 가서 바로 잔다. 그리고 아침 6시에 일어난다.


규칙적으로 사는 편이네?
아니지. 술을 엄청 많이 먹는다. 그래서 빨리 먹고 빨리 숙취를 해소하기 위한 최적의 타임 테이블이다. 


아, 그래서 헛개차 광고를 찍었구나. 제주도에서는 소주가 더 맛있나?
훨씬 달다. 내가 늘 기분 좋게 여행하던 곳이 이제는 우리 집이라는 생각에 행복하다. 요즘엔 수영장이 딸린 타운 하우스를 짓고 있다. 작은 일에 감사하고 행복해하는 습관을 가지려고 한다. 행복도 자꾸 연습을 해야 하거든.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서동현
PHOTOGRAPHY 채대한
STYLIST 이잎새
HAIR 한지혜
MAKE-UP 안미나

2022년 07월호

MOST POPULAR

  • 1
    홍화연, "매 순간 진심을 다하려고 해요. 뭔가 결정을 내릴 때는 충분히 고민하고, 최선을 다해 책임져요."
  • 2
    코첼라를 접수하다
  • 3
    1마일을 4분 만에 들어올 사람 누구?
  • 4
    MOVE MOVE MOVE
  • 5
    다시 콜드플레이!

RELATED STORIES

  • INTERVIEW

    완벽함과 유연함 사이의 이준호

    어느덧 17년 차. 수많은 노래와 배역 사이를 이준호는 치열하게 오갔다. 완벽함을 바라는 마음은 그를 시종일관 몰아붙였다. 그의 노력에 걸맞게 팬들의 환호는 지구 반대편에서도 울려 퍼졌다. 그렇게 달려가던 이준호는 이제 유연함을 바라본다. 완벽에 다다르는 길이 하나만 있지 않기에.

  • INTERVIEW

    소지섭, "좋은 배우가 되는 가장 빠른 길은 좋은 사람이 되는 거라고 믿습니다."

    배우 소지섭의 <아레나> 5월호 화보 및 인터뷰 미리보기

  • INTERVIEW

    박재범, 반려견 오스카와 함께 한 <아레나 옴므 플러스> 디지털 커버 공개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구찌와 박재범이 함께한 <아레나> 디지털 커버 미리보기

  • INTERVIEW

    차강윤, "나중에는 꼭 연출을 하고 싶습니다. 일단 연기로 인정받아야죠.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요."

    배우 차강윤의 <아레나> 5월호 화보 및 인터뷰 미리보기

  • INTERVIEW

    홍화연, "매 순간 진심을 다하려고 해요. 뭔가 결정을 내릴 때는 충분히 고민하고, 최선을 다해 책임져요."

    배우 홍화연의 <아레나> 5월호 화보 및 인터뷰 미리보기

MORE FROM ARENA

  • INTERVIEW

    핸섬타이거즈의 두 에이스

    인수의 패스는 날카롭고, 수인의 슛은 정확하다. <진짜 농구, 핸섬타이거즈>의 두 에이스 인수와 수인은 지금 미래를 향한 오펜스를 시작했다.

  • LIFE

    서울의 만두

    중국식 만두, 한국식 만두, 고급 만두와 시장 만두, 대도시 서울의 만두 중 유독 좋은 만두.

  • INTERVIEW

    감독 이병헌

    이병헌 감독을 에이어워즈 프로그레시브 부문 수상자로 선정했다. 그는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 <멜로가 체질>로 마니아 팬을 양산했다. 감독 이병헌과 ‘제네시스 G90’가 만들어낸 빛나는 순간.

  • FILM

    Action Stars

    자동차 브랜드들이 액션 영화에 PPL을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 때론 특정 브랜드가 한 영화를 상징하기도 한다.

  • ISSUE

    "민규가 민규했다"는 어떤 순간을 말하는 걸까?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