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INTERVIEW MORE+

태민의 시간

“예쁘장하게 생겼기 때문에 앨범을 내고 무대에 오르는 사람처럼 보이기는 싫어요. 완벽해지고 싶어요. 더 노력해야 돼요.” 몇 번이고 이렇게 말하는 태민 앞에선 시간도 숨죽여 움직이는 것 같았다.

UpdatedOn March 10, 2016

첫 번째 솔로 정규 앨범이 곧 나온다. 처음 낸 솔로 앨범이자 미니 앨범이었던 <ACE>가 좋은 평을 받아서 부담이 있을 것 같다.
<ACE>를 내고 활동한 것이 좋은 경험이 돼 이번에는 내 의견을 많이 어필할 수 있었다. 부담이 있지만 더 잘해야겠다는 부담이라기보다 앨범에 대한 참여도가 높아진 것에 따른 책임감에 가깝다. 언젠가는 완벽한 앨범을 만들고 싶다. 완벽해지고 싶다.

곡 쓰는 연습도 계속 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번 앨범에는 태민이 작곡한 곡이 실리는 건가?
곡 작업은 취미로 계속 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 어디에 팔 수 있을 만큼 만들지는 못한다. 일단 이번 앨범 작업을 할 때는 내가 원하는 방향에 맞는 곡을 찾기 위해 곡 수집 단계에서 모든 곡을 같이 들었다. 작사도 했다.

어떤 노랫말을 썼나?
‘솔저’라는 곡이 있다. 화자가 ‘솔저’다. 사랑에 빠진 남자를 용사에 비유해 풀어냈다. 난 널 지키려는 용사였지만, 결국 너를 지키지 못하게 되었다. 이런 식이다. 하하. 타이틀곡의 작사에도 참여했다. 자고 일어났더니 내 옆에 네가 없더라, 네가 날 떠났구나. 슬프고 전형적인…(웃음) 이야기랄까.

‘괴도’ 때는 마이클 잭슨을 오마주한 듯한 안무, 의상, 스타일로 호평받았는데, 이번 앨범에는 혹 다른 인물이 투영되어 있나?
사실 ‘괴도’ 때 마이클 잭슨을 오마주하려고 마음먹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하필 당시에 내가 머리를 기르고 있었고, 검은색에 약간 파마를 한 상태였던 것이다! 마이클 잭슨과 살짝 비슷한 느낌의 외모가 된 데다 내가 또 워낙 그를 좋아하니까. 진짜 목표는 나의 색깔을 최대한 내보자는 것이었다. 나를 극도로 세게 만들고 수트 차림을 하면 어떻게 될까? 했던 거지. 이번 앨범에서는 ‘괴도’보다 살짝 풀린 모습들을 보여줄 것 같다.

솔로 앨범을 내본 것과 내보지 않은 것은 아주 다를 것 같다. 솔로 뮤지션으로 활동을 해보고 나니 어떻던가?
뭔가를 해냈구나 하는 생각은 들었다. 연습생 때부터 꿈꿔왔던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상상했던 솔로 뮤지션과 직접 경험한 솔로 뮤지션은 많이 달랐다. 샤이니 멤버 다섯 명이 함께 무대에 올랐을 땐 나의 부족한 부분을 멤버들이 많이 메워줬는데, 솔로일 때에는 내 결점이 다 드러나더라. 솔로로 섰을 때 무대를 채울 수 있는 방법을 아직도 찾고 있다.

3 / 10
/upload/arena/article/201603/thumb/27833-110770-sample.jpg

흰색 니트 슬리브리스 톱은 우영미, 흰색 셔츠는 닐 바렛, 팬츠는 우영미, 선글라스는 구찌 by 사필로 제품.

흰색 니트 슬리브리스 톱은 우영미, 흰색 셔츠는 닐 바렛, 팬츠는 우영미, 선글라스는 구찌 by 사필로 제품.

‘괴도’ 무대에 오른 태민은 일말의 답을 찾은 사람 같았는데.
모르겠다. 찾는다는 게 끝이 없는 일일지도. 내게 무대는 아직도 크다. 그 큰 무대를 채울 수 있을 만큼 기운을 발산하는 뮤지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완벽주의자적인 기질이 있는 것 같다.
아니다. 독하게 욕심 부리는 면이 있기는 하지만, 한정적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독하다. 춤도 노래도 내가 너무 좋아해서 시작한 일이고 지금도 너무 사랑하는 일이기 때문에 이것만큼은 확실히 한다. 그런데 다른 부분은 아니다. 정말 신경 안 쓴다. 예를 들면 외국어 공부라든가… 하하.

모 아니면 도네. 정말 좋아해야 몰입할 수 있는 타입이구나.
정말 좋아하는 것만.

‘괴도’ 때는 무대에서 몰입도가 굉장하더라. 완벽히 괴도라는 캐릭터에 들어가 있다는 느낌이랄까.
정말인가. 나는 카메라를 뚫어져라 보거나 멋있는 척하지 않으려는 편이다. 가사, 분위기, 음악이 품은 오라에 완전히 빠져들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그 말이 무척 반갑다. ‘괴도’ 때도 그랬고, 샤이니가 하는 음악의 노랫말들은 보통 콘셉추얼해서 사실 노랫말 자체에는 몰입하기 힘들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음악 속에 녹아든 소리에 집중한다.

열여섯에 데뷔를 했다. 지금은 스물넷이다. 보통 사람들이 격하게 겪는 사춘기와 방황기에 사회로 뛰어들었다. 우리 눈에는 태민의 방황기가 보이지 않았기에 궁금하다. 그런 시기가 있었나?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나는 데뷔한 이후로 언제나 더 잘되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샤이니가 무척 잘되었는데도 계속해서 갈구하고 욕심을 부렸다. 그러면서 혼자 스트레스를 받거나 슬럼프에 빠지곤 했다. 이런 시기들이 내게는 일종의 방황기가 아니었을까. 그럴 때마다 나는 연습실에 갔다. 혼자 있을 만한 공간이 필요한데 숙소에서도 멤버들하고 함께 있으니까. 혼자 연습실에서 연습하다 보면 슬럼프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구나.
꼭 필요하다. 홀로 시간을 보낼 때 비로소 쉰다는 느낌이 든다. 혼자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도 무척 필요하다. 그러고 있으면 이런저런 생각들이 꼬리를 무는데, 멈추지 않고 계속 생각한다. 사실 내가 엄청나게 힘든 사회생활을 하는 것도, 사람 많은 곳에 언제나 노출되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성격이 원래 좀 내성적이다.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이 부족하면 피로를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이니 멤버들 가운데 가장 도인 같은 캐릭터더라. 균형, 절제, 조화. 이런 단어들이 어울리는 막내라니. 그런 성격은 천성인가?
글쎄. 남에게 피해를 주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은 분명 천성이다. 그래서 조심하는데도, 연예인으로 살다 보니 본의 아니게 실수하는 부분이 생긴다. 당시에는 몰랐다가 나중에 다른 사람들에게 들으면 내가 정말 그랬었나? 싶을 때도 많다.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잘 기울이는 편인가?
누군가가 나의 어떤 잘못에 대해 말하면, 일단 수긍한다. 스스로 그게 잘못한 일이 맞는지 잘 모르겠는 경우에도.

정말 좋다. 그런 사람 많지 않다.
나중에 돌이켜보면 틀린 말이 절대 아니더라고. 내가 보지 못했던 나에 대해 알게 되는 계기가 된다. 그 사람이 이야기해준 덕분에 더 빨리 알 수 있게 된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많은 걸 깨닫고 성장하게 된다.

/upload/arena/article/202012/thumb/27833-438498-sample.jpg

레더 재킷·이너 톱·검은색 팬츠는 모두 생 로랑, 브레이슬릿은 뚜아후아 by 쥼 제품.

“내가 하는 음악은 음악적으로 이해도가 높은 사람만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음악이 절대 아니다.
각 음악이 품은 감성을 느끼면 되는 것인데, 이걸 내가 진실되게 전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요즘은 그게 오래갈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upload/arena/article/202012/thumb/27833-438499-sample.jpg

레이스 플래킷 셔츠는 버버리 런웨이 컬렉션 제품.

열여섯 나이에 데뷔한 소년에게 연예계는 너무 빨리 많은 것이 변하고, 어서 성장해야 하는 야생이었을 것 같다. 그래서 자신을 지키려면 그런 태도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절제하고, 균형을 찾고, 다른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도를 닦는 과정이.
맞는 것 같다. 나의 마음을 최대한 평안한 상태로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이것과 저것의 균형을 찾으면서. 일과 노는 시간을 적절히 조율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재빨리 친구들을 만난다.

일탈하고 싶은 순간에는 어떻게 하나?
친구들이랑 놀러 가는 게 제일 쉽고 빠르더라. 그럼 해소된다. 시간이 날 때는 가까운 해외로 놀러 가기도 하고, 여건이 안 되면 청평 같은 데 가서 놀 때도 있다. 여름에는 수영하고 겨울에는 스키 탄다! 단순하지. 하하. 저녁 때 들어와서 고기 구워 먹고 술 마시고, 자면 끝!

그렇다면 지금 태민에게 제일 필요한 건?
해외로 놀러 가고 싶다!

어딜 가고 싶나? 스위스?
하하. 맞다. 내가 스위스 이야기를 진짜 많이 했는데, 그만큼 좋아한다. 저번 스위스 여행 때는 인터라켄과 그 주변 지역에 머물렀다. 온천도 가고 스키도 타고 또 탔다. 엄청난 경치도 즐겼다. 스위스에는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게 다 있다. 완벽히 힐링할 수 있는 곳이다. 서울에 살고 있어서인지 도심지보다는 쉴 수 있는 곳이 좋다. 공기 좋은 곳 찾아다니길 좋아한다.

공기 좋은 곳이라니, 할아버지 취향인데?
하하. 기관지가 좀 예민해서 그런 곳에 가면 컨디션이 확 좋아지더라. 스위스에서 만끽한 대자연과 좋은 공기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데뷔 후 지금껏 “최고가 되고 싶다”는 말을 정말 많이 했더라. 최고가 된다는 건 뭘까?
이 일은 누가 더 잘하고 못하고를 가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의 음악과 무대를 통해 많은 이에게 감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그게 최고가 되는 일 아닐까? 일단은 얼굴이 연예인같이 생겨서 가수가 된 사람처럼 비치고 싶지 않다. 내가 하는 음악은 음악적으로 이해도가 높은 사람만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음악이 절대 아니다. 각 음악이 품은 감성을 느끼면 되는 것인데 이걸 내가 진실되게 전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거짓이 아니라 진짜인 것을 전하고 싶다. 요즘은 그게 오래갈 수 있는 방법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음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태민의 음악을 듣고 무대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감성을 느끼길 바라는 거지?
맞다. 음악, 안무, 조명, 의상 등 퍼포먼스의 요소요소들을 완벽한 하나의 것으로 표현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자그마한 것이라도 좋으니 나의 음악과 무대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좋겠다. 뮤지션으로서 내 꿈이다.

그 꿈을 이루는 데 요긴하게 쓸 만한, 태민이 가진 최고의 능력은 뭘까?
앗, 글쎄. 내 입으로 이야기하기 좀 그런데…. 음, 나는 나름 춤도 되고, 노래도 되고… 다 되는 것 같은데.

아, 그렇지. 맞다. 태민은 다 된다.
장난이다. 하하하. 아무래도 무대에서 몰입하는 힘이 좋은 것이 나의 강점 아닐까.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그냥 예쁘장하게 생겼다고 해서 나를 보는 게 아니라 내가 전달하려는 음악을 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러려면 내가 더 잘해야겠지. 내가 전달하는 음악의 감성이 사람들의 눈에 보였으면 좋겠다. 그걸 목표로 하고 있다.

잘되어가는 것 같다. 첫 단추를 잘 꿰었지 않나.
아니다. 아직 부족하다. 진짜. 세상에는 훌륭한 뮤지션이 너무 많다. 계속 배워야 한다는 생각만 한다.

/upload/arena/article/202012/thumb/27833-438497-sample.jpg

스웨이드 재킷은 노앙, 흰색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팬츠는 버버리 런웨이 컬렉션, 반지는 구찌 타임피스 앤 주얼리 제품.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이경진
PHOTOGRAPHY 이영학
STYLIST 연시우
HAIR 이일중
MAKE-UP 김부성
ASSISTANT 이명준

2016년 03월호

MOST POPULAR

  • 1
    캡이 될 수 있는 모자
  • 2
    정경호, "저는 항상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가장 중요해요."
  • 3
    완벽함과 유연함 사이의 이준호
  • 4
    1마일을 4분 만에 들어올 사람 누구?
  • 5
    슬라이드를 신고

RELATED STORIES

  • INTERVIEW

    MINOR DETAILS #한승우

    아티스트 한승우에게 사소로운 질문을 전했다.

  • INTERVIEW

    재주 소년 차강윤

    데뷔한 지 1년 차에 주연 자리를 꿰차고, 차차기작을 쌓아둔 신인. 초롱초롱 뚜렷한 눈빛에 총기가 좋은 그의 목표는 오스카상을 받는 것이라고 한다. 무궁무진 찬란하게도 빛나는,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차강윤과 나눈 대화.

  • INTERVIEW

    홍화연이 향하는 길

    후회하지 말자. 교사가 꿈이던 홍화연을 배우로 이끌어준 말이자 여전히 그를 움직이게 하는 신념이다. 실제로 만난 홍화연은 <보물섬> 속 은남을 어떻게 연기했나 싶을 정도로 밝고, 맑았다. 그런 그를 보고 있노라니 앞으로 분할 캐릭터들이 더 기대됐다. 어떤 얼굴로도 금세 변할 수 있을 것만 같아서.

  • INTERVIEW

    정경호의 선택

    아이고, 반갑습니다. 스튜디오에 들어온 배우 정경호가 10년 지기처럼 두 손을 내밀고 인사했다. 물론 우린 처음 보는 사이다. 정경호는 그렇게 사람을 대하는 배우다. 함께하는 사람을 우선하는 배우. 좋은 연기는 좋은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배우. 곁에 있는 연인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연기하는 배우. 정경호의 선택에는 사람이 깔려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결과 또한 좋다.

  • INTERVIEW

    그곳에 소지섭이 있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대신해 총탄을 맞고 시한부 인생을 살았던 그 남자. <사도>에서 조선의 왕이 되어 구슬픈 춤을 추던 그 남자. <주군의 태양>에서 귀신들의 원혼을 풀어주던 그 남자. 지난 28년간 우리를 울고 웃게 했던 장면 속에는 소지섭이 있었다. 넷플릭스 시리즈 <광장>으로 돌아온 배우, 소지섭을 만났다.

MORE FROM ARENA

  • INTERVIEW

    <헌트>로 돌아온 우아한 남자, 정우성

    정우성은 안주하지 않았다. 작은 도전을 일구며 살았다. 틀을 깨고 나아가는 것은 그가 살아가는 방식이며, 영화를 대하는 태도다. 그는 영화를 정말 좋아한다고 말했다. 평생 영화일을 하며 살아온 자신을 행운아라고 칭했다. 우리가 곧 마주할 그의 도전은 두 편의 영화다. 이정재와 23년 만에 의기투합한 <헌트>와 감독 데뷔작 <보호자>다.

  • LIFE

    영감을 찾아서: 가수 오메가 사피엔

    영화 한 편, 소설 한 권은 벽돌 하나에 불과하다. 그것들이 쌓이며 성을 이룬다. 작가의 세계는 그렇다. 때로는 인상적인 작품이 성을 떠받치는 기둥이 되고, 벽돌의 배치에 따라 기발한 아이디어가 발견되기도 한다. 우리는 작가와 함께 그의 성을 투어하며, 작품의 토대가 된 벽돌들을 하나씩 뽑아 들었다. 지금 각 분야에서 가장 유별난, 돋보이는 작가들의 영감 지도다.

  • INTERVIEW

    멀리서 보면 푸른 봄, 박지훈 화보 미리보기

  • INTERVIEW

    유연석과 태그호이어

  • FASHION

    Letter to you

    <아레나> 19주년을 맞아 고르고 고른 축하와 격려, 응원의 문장. 그리고 그 위에서 찬연히 빛나는 주얼리.

FAMILY SITE